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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노트/서양철학

헤겔, 지각

by 엔티쟈 2023. 2. 11.

지각자와 지각대상

지각에서는 지각자/지각대상이 주관/객관으로 이원화되며그에 따라 본질/비본질의 구분이 성립한다본질로 여겨지는 것은 사물 자체이며그 대상을 지각하는 의식운동인 지각의 활동 자체는 비본질로 간주된다지각에서는 사물을 단적으로 직접 안다고 여기지 않고보편적 속성을 통해 알게 된다고 여긴다

 

사물의 두 계기

지각은 사물을 그 자체로 안다고 여기는 의식이 아니라그 속성을 통해서 안다고 여기는 의식이다지각의 대상은 여러 속성들을 가지는 사물인데이때 사물은 두 계기를 지니게 된다

  1. 무관심적 역시 – 속성들의 결합: 사물의 속성들 간에는 서로 간섭하지 않은 채 동일한‘여기’에 모여 있는 상호 무관심적 관계가 성립한다. 나아가 속성은 보편자적 성격을 갖는다. 사물은 그런 상호무관심적인 보편적 속성들이 동일한 시공간인 여기와 지금을 차지하고 함께 모여 있는 장 내지 매개체일 뿐이다. 그리고 사물의 사물성은 다양한 속성들의 단순한 함께함을 뜻한다. >>> 이러한 보편적 속성들의 장으로서의 사물이 ‘무관심적 역시’이다.
  2. 배타적 일자 – 사물 자체: 사물의 속성들은 상호무관심적으로 통합되기도 하지만, 한편 상호대립 안에서 대립의 부정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은 대립되는 것을 부정하는 배타성을 통해 하나의 ‘배타적 일자’로 존재한다. - “상호 무관심적이 아니라 상호 배타적이며 상대를 부정하는 것인 한, 속성의 구분은 단순한 매개체 밖에 있게 된다.” à지각은 지각자와 지각대상을 분리하고 다시 지각대상에 있어 속성들의 결합(상호무관심적 역시)과 사물 자체(배타적 일자)를 구분하면서 그 안에서 사물을 아는 의식이다.

 

지각의 실상순환운동

지각은 일자와 역시를 동시에 인식하는 의식활동이다지각의 의식은 순환적이고 자기복귀적인 활동성이다.

1.  일자에서 역시로지각하는 의식에 대해 우선 대상이 순수한 일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므로 일자에서 출발하지만이 의식은 다시 곧 일자적 대상의 보편적 속성으로 나아가게 된다

2.  역시에서 일자로그렇게 사물의 속성을 통해 대상을 지각하지만그러면서도 지각의 의식은 사물 자체를 서로 간의 공통성이나 연속성이 아닌바로 그 사물 자체인 배타적 일자로 지각한다.

3.  다시 일자에서 역시로그렇다고 배타적 일자에만 고착되어 있을 수는 없다지각의 의식은 다시 여러 속성들이 역시의 관계로 묶여 있는 매체에로 향하게 된다.

 

지각에서의 반성현상과 물자체의 구분

지각은 자기복귀적 운동 속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그러한 운동성을 자신의 본질로 자각하지 못한다오히려 대상적으로 포착된 측면과 자기복귀된 측면을 분리하여 하나를 객관적 사물의 본질하나를 비본질지각자의 착각/기만으로 여긴다그렇게 지각의 의식에서 현상/물자체의 이원적인 구분이 생겨난다

 

지각을 보는 두 가지 입장

  1. 일이 실재, 다는 기만: 사물 자체는 속성에 대한 배타적 일자이며, 다양한 속성은 주관적 기만 – 우리에게만 그런 것으로 보일 뿐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성질들은 사물 자체와 무관하다. >>> 그러나 성질들을 모두 기만으로 배제한다면, 일자로서의 개체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사물의 배타성은 규정성에서 오는 것이며, 사물의 규정성은 사물의 성질들이 서로 구별되는 데에서 비롯된다. 즉, 우리는 속성을 통해 인식하게 되지 않는가? 그래서…
  2. 다가 실재, 일은 의식의 산물: 사물 자체라고 간주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속성들의 보편적 매체인 무관심적 역시이며, 그런 속성들의 통합체로서 간주되는 배제적 일자는 주관적 허구이다. 
  3. 물자체와 현상, 객관과 주관의 구분의 지양 : 두 관점이 모두 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지각의식의 운동성, 일과 다의 연관성을 제대로 사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각하는 의식과 지각 대상을 대립으로 놓아, 물자체와 현상이라는 이분법을 낳고 있는 것이다. >>> 이 이원성은 자기복귀성과 운동성을 통해 극복된다. 지각은 일자에서 역시로, 역시에서 일자로 이행해가는 자기복귀적 운동으로, 객관 사물 자체와 주관적 기만으로 여겨지는 양 측면 모두를 포괄한다. 

 

| 정리 | 
역시와 일자 간의 상호이행작용이 바로 지각하는 의식의 운동이며, 지각의 대상 또한 자기복귀적 운동성으로서 존재한다. 사물은 자신 안에 자기부정성을 품고 있으며, 스스로를 지양하면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변증법의 논리(“모든 규정은 부정이다”)는 이러한 사물의 자기부정성을 따라 규정에서 부정으로, 다시 부정의 지양으로 나아간다. 대상이든 의식이든 모두 자기부정성을 자체 내에 지닌 운동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지각하는 의식에게는 그 운동 자체가 지각대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지각은 대상을 보편적 속성을 통해 인식하기는 하지만, 지각 단계에서의 보편성은 단지 감각으로부터 추출된 감각적 보편성 – 개별성/보편성의 분리 속에 놓여 있는제약된 보편성이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포괄하는 “무제약적 절대적 보편성”을 대상으로 삼는 의식은 개별/보편,의식/대상, 일자/역시를 이원화하는 지각의식이 아니라, 둘을 통일적으로 의식하는 오성이다. 

 

 

- 한자경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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