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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노트/서양철학

헤겔, 욕구

by 엔티쟈 2023. 2. 9.

욕구의 자기의식

 

자기의식의 두 양상

자기의식은 대상의식의 기저에 이미 존재하지만그것이 의식으로 자각되기 위해서는 대상의식으로부터 자기 자신에로 복귀하는 의식활동 (반성적 복귀운동)이 요구된다자신으로부터 대상을 구별하였다가 다시 자기에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1. 이론적 자기의식대상에 아무 작용도 가하지 않고 복귀하는 자기의식대상의 구별과 구별의 지양

2. 실천적 자기의식대상에 작용을 가하고 복귀하는 자기의식구별의 지양에서 대상을 부정함. = 욕구

이론적 자기의식의 동일성은 나는 나다라는 아무 운동 없는단순한 동어반복적 동일성일 뿐이다반면실천적 자기의식은 대상을 부정함으로써 자기 자신으로 복귀하고자 하는데이것이 욕구이다.

 

욕구의 의식

욕구의 의식은 대상을 부정함으로써 자기 자신으로복귀하고자한다일단 의식은 세계를 자기와 구별되는 대상으로 간주하지만그 구별이 결국 의식 자신의 구별이기에 다시 대상의 자립성을 부정함으로써 그 구별을 무화시킨다à예를 들어 빵을 욕구한다는 것은 곧 빵의 존립성부정하겠다는 의지이다빵은 먹힘으로써 자신의 대상성을 잃게 되고그것과 대면해 있던 나는 결국 나 자신으로 되돌아온다욕구가 욕구대상에 대해 가하는 행위는 결국 그 욕구대상의 부정이다. (* 욕구의 대상은 욕구의 목적과 구분된다.)

자기 자신과 감각적 대상은 둘 다 자기복귀성을 지닌 생명이다대상이 자기부정성을 포함하는 생명인 한에서만 그것이 의식에 의해 부정될 수 있고 그 구별이 지양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자기의식은 자신의 통일성 생명성을 자각한 의식이지만감각적 대상인 생명은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욕구의 대상

욕구의 대상은 고정적인 사물 내지 자립적 존재가 아니라자기의식에 의해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서 자체 내에 자기부정성을 지닌 존재즉 죽음을 담고 있는 생명체이다욕구는 자기구분과 자기지양을 거듭하는 생명적인 것인 욕구대상을 부정하고 지양함으로써 자기자신에로 복귀하여 참된 자기의식에 이르고자 한다

 

생명의 원환운동

구별과 분열을 통해 개별적인 생명체가 생성되지만이 구별과 분열은 보편적인 생명의 힘에 의해 다시 부정되고 유동화된다이러한 무한한 순환운동이 생의 원환성을 형성하는데이것이 생명의 운동이다욕구자나 욕구대상은 개체적 생으로서 등장하지만그 개체성은 생명의 보편적 유동성무한성안에 서로 구분되는 계기들일 뿐이다개별자는 생으로서의 타자를 지양하여 자기 통일성을 찾으려고 하지만그 개체성과 자립성은 그 다음의 개체화에 의해 다시 지양되고보편적 생 속에 융해되어 버린다

 

유로서의 생명과 자기의식

생명 자체 또는 전체로서의 생명은 생명의 원환구조 안의 각 단계들의 총합이 아니라그것을 넘어선 전체적인 보편적 통일이다근원적 단일성에서 출발해서 원환구조 전체를 거쳐 다시 그 근원으로 복귀하여 통일되는 과정 전체가 곧 하나의 보편적 생이다유로서의 생명은 생명을 생명으로 자각할 수 있는 자기의식에 대해서만 존재한다.생명을 자각하는 자기의식이 곧 유로서의 보편적 존재이다이 자기의식이 자신 앞에 등장하는 다른 대상을 자립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고 무화하려는 것이 곧 욕구이다.

 

욕구의 실패의식의 대상의존성

욕구의 활동은 참된 자기의식에 도달하는 데에 실패한다욕구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은 욕구대상의 자립성과 욕구하는 의식의 대상의존성일 뿐이다욕구충족의 순간에도욕구대상이 무화됨으로써 욕구의 의식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대상의 지양에 의해 자기복귀적 의식이 가능해야 하지만오히려 자기의식 자체가 상실되고 마는 것이다그러므로 욕구는 그 대상의 소멸과 더불어 곧 다른 욕구대상에로 옮겨 감으로써만 욕구로서의 자신을 유지하게 된다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바로 생의 원환성이다욕구가 생의 원환운동 속에 빠져있는 한욕구를 통한 진정한 자기의식의 성취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자기의식의 길

진정한 자기의식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상 자체가 자신 안에 자기부정성을 담지하고 있어 의식에 의한 부정을 거쳐도 자기 존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스스로 부정을 수행하면서도 자기 자립성을 유지하는 존재는 자기의식이다자기복귀적 운동성을 지닌 생명이되스스로 그 운동성을 자각하는 자기의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진정한 자기만족에 이르기 위해,자기의식은 또다른 자기의식을 대상으로 삼는다

참된 자기의식은 개별 생명체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그 생명체가 속해 있는 생의 원환성 전체에 대한 의식이다즉 단순한 욕망의 의식인 개체적이고 즉자적인 생의 의식이 아니라그 스스로 생의 순환과정을 넘어 있어 유로서의 생을 의식하는 대자적 자기의식이다

 

 

| 정리 | 
유로서의 생은 우리의 자기의식에 대해서만 존재한다. 이러한 자기의식은 생의 원환성의 고리 안의 한 항이 아니라, 그 전체인 유이며, 그 유의 의식이다. 이 자기의식은 개체적 생의 부정성을 함축한다. 이것은 유로서의 생의 의식이고 전체 생의 의식이며, 따라서 대자적 존재로서 개체적 생 너머의 것, 죽음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참된 자기의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 역시 자기의식으로 존재해야 한다. 대상이 유이어야 하는데, 그 유는 자기의식에 대해서만, 그리고 자기의식으로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참된 자기의식의 조건은 또다른 자기의식이다. 즉 나를 전체 생의 대자적 존재인 자기의식으로 인정해주는 또다른 자기의식이다.결국 나는 다른 자기의식을 통해서만 참된 자기의식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의 자기의식은 다른 자기의식과 더불어 있는 자기의식이다. 이것이 “나 즉 우리, 우리 즉 나”의 정신이다. 서로가 서로를 생의 대자적 존재인 자기의식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 한자경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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