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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노트/서양철학

헤겔, 오성

by 엔티쟈 2023. 2. 10.

힘과 오성현상과 초감각적 세계

 

 

상호이행으로서의 힘 – 두 개의 힘

  1. 발현하는 힘: 외적 다양성의 방향으로 자신을 전개하는 힘 – 외화
  2. 밀쳐진 힘 / 본래적 힘: 그로부터 다시 일자의 방향으로 복귀하는 힘 (다시 내면으로 향하는 힘)

힘은 일과 다로 상호이행해 가는 운동성이며일과 다는 그 힘의 이행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모습일 뿐이다. (1) 힘을 내적 일자로 이해한다면내면을 외부로 표출시키고 전개시키는 것은 힘 외적인 것 같지만사실 그러한 표출 또한 힘 자체 안에 이미 갖추어진 것이다일자로 정립된 힘이 표출되어 드러난 것이 다양한 성질들로 표현되는 공통의 매개체 것이다. (2) 그래서 힘을 물질의 매개체라고 정립하면 다시 일자는 그 힘 바깥의 것 같지만그렇게 표출된 힘이 지양되면서 자기복귀한 힘이 곧 일자를 이룬다. (3) 결국 힘이란 스스로 외화하고 내부로 복귀하는 운동 자체이다오성이 대상으로 삼는 힘은 이러한 양 방향의 힘을 통합적으로 포괄하는 무제약적 보편자로서의 힘이다.

 

 

오성적 사유현상계와 초감각계의 이원화

사물의 현상과 사물의 내면

두 개의 힘은 대자적인 것으로서 존재하지만그 존재는 오히려 타자에 의해 정립됨으로써만 있는 것이다.” >>> 자극을 가하는 쪽 받는 쪽이라는 구별은 힘의 계기에 있어 형식 상의 구별이다그런데 하나는 다른 하나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므로힘은 양자 간의 상호이행의 운동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두 개의 힘은 양쪽에서 어떤 확고한 것을 간직한 채 단지 외적 속성만을 서로 간의 중간에다 내보내서 접촉하게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두 힘은 바로 그 중간과 접촉에 있다.” >>> 실제 힘은 두 방향의 힘이 서로 부딪치고 갈라지며 구분되는 경계에서 비롯된다각각 분리된 별개의 힘으로 존재하다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바로 그 중간 지점에서 두 힘으로 갈라지면서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힘은 자기발현하여 공통의 매체를 형성하기도 하고 자기복귀하여 본래적 힘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사물의 내면 주위에서 힘의 유희가 빚어내는 힘의 실현양태가 힘이 전개되는 장으로서의 현상이다오성은 사물의 내면에서 사물의 법칙성을 발견하여 그것을 현상의 본질로 간주하고자 한다그렇게 오성은 사물의 법칙성을 감각적인 현상세계와 구분되는 초감각적 실재계, “초감각적 진리의 세계로 상정한다.

 

초감각계의 상정

의식은 아직 사물의 내면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있지 않으므로 내면은 의식에게 여전히 순수한 피안으로 남아있다.” >>> 오성은 사물의 내면을 자기복귀적 힘으로 의식하지만자기 자신으로 자각하지는 못한다아직 스스로를 개념으로 자각하지 못하고 개념을 대상으로만 의식하기 때문이다오성은 사물의 내면을 현상세계 너머의 피안적 실재현상독립적인 힘의 법칙으로 간주한다이 법칙의 세계를 현상과 구분되는 또 하나의 영역으로 설정한다자기구별과 그 구별의 지양으로 진행되는 현상영역에 대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법칙을 초감각계 – 평온한 법칙의 영역으로 실체화하여 설정하면서그 법칙의 세계만을 진리로 간주한다이와 같이 오성에 있어서는 현상세계와 초감각적 법칙의 세계가 이원화된다.

 

 

초감각계의 실상

오성법칙의 한계

그러나 오성법칙의 세계를 현상계와 대립되는 초감각계로 실체화하는 것은 이원론을 야기하며현상의 법칙연관성과 초감각계의 현상연관성을 간과하게 만든다현상계와 초감각계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초감각계와 현상을 본질과 그것의 발현결과라는 긴밀한 관계로 이해하면현상은 오성법칙/초감각계가 실현된 세계로서 진정한 의미의 내면적 세계가 된다.à이는 근대의 과학주의 내지 오성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내포한다오성법칙은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 현상에 외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며그 법칙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현상세계를 배제하고서는 무의미하다

 

법칙 자체만으로는 현상계의 풍부성을 다 따라갈 수도 없다오성법칙이 단순한 현상의 운동을 완전하게 서술하지 못하기에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법칙들이 동시에 동원되어야 한다. (낙하 현상 – 낙하법칙과 더불어 저항법칙 필요>>> 그런데 이런 다수성은 이미 결손을 의미한다오성법칙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성과 통일성이기 때문이다오성은 통일성의 요구에 따라 많은 법칙을 하나의 법칙으로 귀결시키고자 한다그렇기 때문에 오성법칙은 각각의 개별 법칙들이 지니는 자기규정성을 상실하고 결국 피상적이 되어 버린다예를 들어갈릴레이의 낙하 원칙과 케플러의 천체운동의 원칙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통일되는데이때 만유인력의 법칙은 하나의 보편적인 법칙이지만 그 자체 아무런 규정적내용을 갖지 못하고 단지 법칙 자체의 개념만을 주장할 뿐이다힘 간의 관계의 필연성만을 정립할 뿐 그 이상의 규정예를 들어 왜 힘이 이런저런 특수한 구별 속에 표출되는 것인지왜 중력은 물체로 하여금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낙하하게 만드는지 등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 이와 같이 변화하는 현상계와 정지된 법칙계를 이원화하면추상적 법칙은 현상을 다 포괄하지 못하며법칙 자신도 활력을 잃는다헤겔은 이 이원화를 극복하고 오성에 활력을 넣어주기 위해법칙의 운동성을 법칙적 설명의 운동성으로 해명하고 다시 그런 설명의 운동성을 오성의 자기운동성으로 밝힌다.

 

오성적 설명의 구조

현상과 법칙의 구별 (현상과 구분되는 법칙을 설정>>> 구별의 지양 (그 법칙에 따라 현상을 설명)

오성이 현상의 법칙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실제로 현상을 설명하는 오성 자체의 법칙성일 뿐이다. (전기) – 양전기와 음전기가 실제로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성은 설명을 하기 위해 둘을 구별한다사물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는 시간공간거리속도 등의 구별도 사물 자체가 갖는 구별이 아니라오성 자체가 사물을 설명하기 위해 부과하는 구별일 뿐이다>>> 구별이 사태 자체의 구별이 아니므로 그 구별은 다시 지양되어야 한다이처럼 구별을 만들고 다시 그 구별을 지양하는 과정이 곧 설명이다

(1) 잎이 녹색인 현상을 설명 – 잎에 엽록소가 있고 엽록소가 녹색이므로 잎은 녹색이라고 설명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현상세계에 있어서는 잎, 엽록소, 녹색이 서로 구별되지 않고 잎의 엽록소의 녹색으로서 함께 존재한다. (2) 번개를 설명 – 전기적 힘의 표출로서 번개 현상과 그 현상의 근거로서 전기의 법칙이 구별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지만 설명은 그렇게 설정된 그 구분을 다시 지양함으로써 완성된다. 번개가 전기와 다를 바 없다고, 번개는 전기 방전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구별을 정립하고 다시 그 구별을 지양하는 운동은 바로 오성의 운동이다.그러므로 오성은 법칙을 통한 현상의 설명구조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현상세계를 설명하는 오성의 법칙이 곧 오성 자신의 운동인 것이다이로써 오성이 포착하는 초감각계의 실상은 다시 전도된다.

 

전도된 세계

변화하고 운동하는 것은 현상이 아니라 설명하는 오성일 뿐이다따라서 오성법칙의 세계와 현상계의 이원성은 지양된다오성세계는 생명 없이 정지한 고요한 세계 또는 현상의 피안이 아니다초감각적 세계의 본질은 고요한 법칙의 왕국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하는 운동의 세계이다최초의 초감각적 세계는 현상계 너머의 정지의 세계로 여겨졌지만운동의 실상을 통해 드러난 제2의 초감각적 세계는 스스로 변화와 변천을 갖춘 세계로서최초의 초감각적 세계에 대해 전도된 세계가 된다전도된 세계에서는 내면과 외면정지와 운동이 더이상 이원화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다

헤겔은 칸트가 소극적 의미의 가지계에 대해 우리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을 주장한 것을 비판한다. 칸트에서처럼 초감각계가 현상 피안의 “사물의 내면”으로서 정립되면, 거기에는 “공허”만이 남겨질 뿐이다. 그러므로 그것에 대한 인식이 우리에게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것을 인간의 인식능력인 이성의 한계인 듯이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헤겔에 따르면 우리가 현상만을 인식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상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실재 자체가 현상이라는 실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칸트가 현상 너머 물자체를 한계개념으로 떠올린 것은 인식자와 인식대상을 이원화해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상지가 결국 자기지라는 것을 깨닫지 못함으로써, 의식이 대상의 반성과 자신의 반성을 구분한 것이다.

전도된 세계를 통해 헤겔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질적인 두 사물 간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대립과 구별이 실제로는 각각의 사물 자체의 내적 차이라는 것이다이렇게 해서 오성은 자신의 대상 또는 자신의 대립을 자신 안에서 발견하며결국 구분된 둘은 하나로 통합된다자신 안에 동일성과 비동일성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는 것따라서 스스로 자신을 자기 아닌 것과 구별하되 다시 그 구별을 지양해 나가는 것이러한 무한자를 우리는 생명으로 발견한다.

 

무한성과 생명

무한성은 한계를 갖지 않는 것자기 한계 바깥에 자신의 대립물을 갖지 않는 것즉 대립물을 자신 안에 지니는 것이다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되 다시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는 것은 그것이 자체 내에 한계를 넘어서는 무한성을 지님으로써만 가능하다헤겔은 이 무한운동자 생명’, ‘세계의 영혼’ 또는 만물 안의 혈기라고 부른다생명은 자신 안에 온갖 구별 요소를 간직하고 있기에 끊임없이 자기 아닌 것으로 변화해 가며그러면서도 언제나 자기동일성을 유지한다

 

의식에서 자기의식으로

오성은 무한성을 자신의 활동으로 자각하지 못한다자신이 설정한 구별과 대립이 바로 자기 자신의 내적 구별이고 대립이라는 것자신의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자각한 의식은 오성의 다음 단계인 의식인 자기의식이다자기를 분열시켰다가 분열된 타자에서 자기를 반성함으로써 자신에게로 복귀하는 것이 자기의식의 근본적 특징이다.

 

 

- 한자경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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