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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노트/서양철학

베르그손, 기억

by 엔티쟈 2022. 5. 24.

​베르그손, 기억

기억  과거  이미지의 이중화

베르그손은 기억은 습관이 아니다라는 테제 하에, 기억이 어떻게 물질, 지각과 다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종류의 기억을 생각해볼 수 있다.

  • 첫째는 지각화된 기억이다. 구구단을 기억하듯이 우리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베르그손이 보기에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기억이 아니다.
  • 둘째는 의식 밖에 있다가 어떠한 계기에 의해 찾아오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를 구성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기억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입학식 날 같은 단 한번의 사건을 우리는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은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또한 프루스트 소설에서 마들렌을 먹자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인물처럼, 우리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갑자기 어떤 것들을 기억하게 된다. 베르그손은 이러한 기억이 우리 기억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베르그손은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기억과 지각이 본성상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비유처럼, 벽에 못이 없으면 옷이 걸리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이 옷은 아니다. 뇌가 없다고 해서 기억이 곧 뇌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은 뇌에 저장되지 않으며, 회상하기 위해 뇌가 필요할 뿐이다. 기억은 그 자체로 저장된다.

뇌에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서 불러오는 것이 기억이라면, 그것은 희미해진 지각에 불과하다. 무엇인가를 지각하는 것은 현재에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이 세상이 지각과 희미해진 지각뿐이라면, 유일하게 있는 것은 현재이다. 그러나 오히려 정말로 있는 것은 과거이다. 과거는 단순히 이전의 것이 아니고, 항상 현재와 공존하면서 우리를 규정한다. 어딘가 저장되어 있는 잠재적인 것이고,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힘을 행사한다. 과거 전체는 잠재적으로 있다가, 물질의 면을 만나 그 지점에서 문제해결과 집중이 일어나는데, 바로 그 지점이 현재이다. 베르그손은 과거, 지속, 시간의 누적이 인간성, 의미, 사유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이미지의 이중화

그런데 문제는, 지각과 기억은 본성상 다르지만 늘 혼재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지각이고 무엇이 기억인지 식별할 수 없다. 어떠한 현재적 (actual) 지각을 가질 때, 기억은 그것에 상응하는 기억-이미지를 보낸다. 따라서 우리는 실재적/상상적인 것, 물리적/정신적인 것, 객관적/주관적인 것, 묘사/서사, 현실적/잠재적인 것 actual/virtual 이미지, 물질/기억, 운동-이미지/시간-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식별 불가능성의 지점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들뢰즈가 시간-이미지에서 찾고자 하는 이미지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 이찬웅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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