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식 – 묘사
베르그손에 따르면, 두 종류의 재인식이 있다. 첫째는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재인식이다. 소가 풀을 알아보듯이 또는 우리가 신호등을 알아보듯이, 유용성을 기준으로 자동적인 재인식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감각-운동 이미지는 사물에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만 취한 것에 불과하다.
둘째는 주의를 기울이는 재인식이다.. 이때 우리는 같은 사물에 대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다른 수준에서 재인식하게 된다. 로셀리니의 영화 <유럽51>에서의 공장은 마치 추상회화처럼 점, 선, 면 등 기하학적인 요소와 시끄러운 소리 등이 분리되고 강조되어 있다. 등장인물이 그에 반작용하지 않고 그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장을 다른 수준에서 재인식할 수 있다. 두번째 종류의 재인식은 우리에게 일차적으로 유용하지 않지만, 오히려 우리가 사물의 내적인 독특성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순수 시각적 상황에서 우리와 사물이 관계되는 방식이다
알랭 로브-그리예에 따르면, 두 종류의 묘사가 있다. 첫째는 사회의 총체성을 그대로 반영하려는 유기적인 묘사이다. 예를 들어 발자크는 수많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서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둘째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를 창조하는 경험을 전달하는 비유기적인 묘사이다. 발자크의 묘사가 외부의 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전달하는 것이라면, 그에 반해 20세기 소설에서의 묘사는 전달하는 순간 창조되는 것이다. 한 가지 묘사가 이루어지고, 그 다음 묘사에서 그것은 다시 지워진다. 묘사와 말소를 반복하면서 독자들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들뢰즈가 보기에 로브-그리예의 묘사 이론은 베르그손의 재인식 이론과 상응한다. 첫번째 묘사가 바깥에 주어진 대상을 관찰하는 첫번째 재인식에 해당하고, 두번째 묘사는 사물이 가지고 있었던 다른 측면을 보는 두번째 재인식에 해당한다.
- 이찬웅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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